항문농양증 증상
며칠 전부터 항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몽우리가 만져졌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달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며칠 금주하고 일찍 일찍 자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했더니 금방 없어졌었다.
다만 터진 건지 미끈한 진물과 피가 하루 이틀 묻어나더니 없어져서 별스럽지 않은 종기 정도로 생각했다. 이후 후시딘만 몇 번 발라줬다. 어떠한 통증도 없었다.
한 달이 지나 다시 똑같은 자리에 몽우리가 만져졌다. 1cm 정도로 매끈하게 성난 여드름 느낌이었다. 살짝 눌러보니 아프다.. 통증이 있었다. 게다가 몸에 오한이 들고 미열이 나기까지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토요일 오전 9시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았다.
항문농양 진단
병원엔 토요일 오전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간단한 체온 체크를 하고 몇 가지 검진표를 작성하고 대기했다. 어젯밤부터 마음이 편치 않아서 항문질환 관련 정보를 검색해본 터라 항문농양 배농 수술보다는 치루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항문농양증이 있는 경우 치루가 함께 있을 확률은 50대 50이라고 한다. 치루 수술을 받는 경우 괄약근 기능에 영향을 주어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제발 치루만은 아니길' 기도했다. '이 나이에 벌써 지리고 싶지는 않다!!'
항문농양 검사방법 1 의사 진찰 검진
30분이 정도 대기 끝에 의사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다행히 남자 선생님이었지만 여자 간호사도 함께 들어왔다. 바지와 속옷을 반쯤 내리고 태초의 엄마 뱃속에 있을 때의 자세로 뒤돌아 누웠다.
잠시 후 비닐장갑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치플이 시작되었다. 아픈 부위를 직접 눌러보라고 하셔서 의료진이 보는 앞에서 내 항문 옆을 더듬어 가며 좌표를 짚어드렸다.
집게손으로 잡혀도 보고 눌러도 보시더니 의사가 확인하는 1차 검진이 끝났다. 역시나 내가 짐작한 대로 항문 주위 농양 진단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루가 동반된다고 한다. 항문농양의 크기와 농이 얼마나 침습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또한 치루도 있는 건지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항문농양 검사방법 2 초음파 검진
초음파 검사 전 2가지 방식의 초음파를 할 것이라고 한다. 하나는 급여 하나는 비급여, 급여 초음파는 금액이 안 나올 거고 비급여 항목은 3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초음파실로 이동하여 아까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내시경 느낌이 나는 초음파 스틱이 몇 번 왔다 갔다 한다. 이후 우리가 잘 아는 일반 초음파기를 환부에 대고 문지르는 느낌이 났다.
중간중간 "쓰읍~.." "음..." 하는 소리의 의사의 음성이 몇 차례 들려왔다. 속으로 엄청 불안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건가?' '설마 암인가?' 생각은 멀리 나가기 시작했다.
항문농양 검사 결과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시며 농양의 위치와 농(고름)이 차있는 정도를 설명해 주셨다. 아주 심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 초기는 아니라고 한다. 조금 큰 사이즈의 강낭콩 정도 되는 사이즈로 보였다.
치루로 보이는 길은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는 뭔가 아쉬워하는 눈치인 것처럼 "잘 안 보인다" "이 부분에 치루로 인한 길이 보여야 하는데 확실하지 않다." "사진상 보이지 않아 치루 진단은 내릴 수 없다"라고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결국 진단명은 항문 주위 농양증이라고 했다.
항문농양 수술 후기
항문 주위 농양의 수술방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당일 입원 당일 퇴원 가능하고 즉시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한다. 마취를 하게 되는데 부위가 많이 아픈 부위라 부분 마취만 해서는 통증이 상당하다고 했다.
절개 후 배농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환부 마취하려고 찌르는 고통이 심하다고 했다. 수면마취로 진행될 것이고 수술시간은 10분남짓 이라고 한다.
수술에 앞서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피검사)를 했다. 혈액검사는 염증 수치를 보기 위함이라고 했다. 금방 끝났다. 이후 입원실(1인실)에서 대기를 했다.
예약 없이 바로 수술을 들어가는 거라 대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두 시간 남짓 기다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하루 입원시간 6시간을 채워 비용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의는 그대로 입고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고 환자복 바지만 입고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대에 엎어져 누웠다. 긴장이 됐다. 바지가 내려지고 수술대의 중간 부분이 "윙~" 소리를 내면서 안쪽으로 접혔다. 엉덩이가 들어 올려지는 자세가 됐다.
엉덩이를 벌려 환부가 잘 보일 수 있게 테이핑을 한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2~3줄 양쪽 각각 테이핑이 되어 항문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자세가 됐다. 수술실의 화려한 조명이 항문을 감싸면 ㅋ
손목에 바늘이 들어오고 간호사가 졸릴 거라고 한다. 그렇게 스르륵 잠들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내가 아까 있던 병실이다. 링거가 맞춰져 있었고 환부에는 거즈가 붙어있는 느낌이었다.
눈을 뜨니 약간 어지러운 느낌은 있었지만 심하지 않았다. 수액이 투여되고 있었고 한숨 잘 자다 일어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시간을 보니 한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통증은 거의 없었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치료 이후의 관리방법에 대해서 설명했고 이어 의사가 들어와 수술은 아주 잘됐고 다음 주 월요일에 진료받으러 한번 더 오라고 한다. 수액을 다 맞고 마지막에 항생제 주사를 맞고 당일 퇴원했다. (오전 9시 병원 방문 오후 3시 조금 넘어 퇴원)
항문농양 수술비용, 치료비용
항문농양 수술을 마치고 수납을 했다. 항문농양 수술비용 포함 수납액은 195,680원 진료내역서에는 들어가지 않는 병원 자체 치료항목 사후 지혈 관리 키트 비용이 15,000원 해서 총 첫날 21,680원이 들었다. 여기엔 검진비, 수술비, 입원비, 약재비, 초음파 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의료비 세부내역서는 치료가 아예 끝나는 날 한 번에 받아서 보험청구를 하려고 아직 받지 않았다. 수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초음파 검사할 때 비급여 항목 초음파 얼마 수술 전 동의서 작성 시 총금액과 비급여 얼마 얼마 무통주사 얼마에 관한 부분을 간호사로부터 설명받았지만 다 기억하지 못한다.
병원도 비급여 항목을 해야 장사가 되기 때문에 적극 권장했겠지만 정확한 검사를 위한 비급여 초음파 외에 무통주사는 맞지 않았다. 나의 경우 1인실이라 입원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컸으리라 생각된다.
항문농양 자연치유?
아마 항생제나 연고만 발라서 항문농양이 자연 치유된다거나 농양이 자연스럽게 터져서 고름이 저절로 빠지는 자연 배농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러길 바랬으나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항문농양은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무조건 항문 주변 농양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 (물론 초기에는 예외적으로 자연 배농 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혹시나 자연 배농이 된다고 한다더라도 환부의 2차 감염이나 치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농(고름)이 찬다는 것은 이미 세균과 면역체계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항문 주변 농양이 쌓인 것은 치루나 치질을 유발하며 아직 우리 몸이 염증 상태인 것이라는 말이다. (아래 항문외과 전문의 의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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